주총, 이해관계자 중심 소통으로 주주 신뢰 강화하고 기업 평판 지켜야
양왕 플레시먼힐러드 이해관계자센터장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최근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주주권 강화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주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기업 정책과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 역시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세력은 행동주의 펀드다. 이들은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 등의 성과를 신속히 끌어내기 위해 이사회 교체, 특정 사업 부문 매각, 인수·합병 등을 제안하고 이 과정에서 위임장 대결, 소송, 언론 공방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특히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배당정책 개선과 자사주 소각, 거버넌스 개편 등에 초점을 맞추며 활동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확대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거버넌스 포럼에 바클레이가 게재한 ‘2024년 주주행동주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행동주의 캠페인은 연평균 236건에 달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태지역도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66건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되며 꾸준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적 움직임에 국민연금이나 해외의 블랙록, 뱅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추세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지만, 이제는 이사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결권 행사에도 더욱 신중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주목해야 할 점은 행동주의 펀드와 장기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현재 경영 상황과 이사회 구조,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때, 그 여파가 자본시장 전반에 확산되어 다양한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갈등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 기업 평판이 크게 흔들리고 임직원과 고객 또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 결국 기업은 주주 대응과 함께 이해관계자 평판과 신뢰 관리에도 주력해야 한다.
핵심은 기업의 평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주주들의 요구에도 합리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준비된 소통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먼저 주주 대응 측면에서 장기 성장 비전과 주주환원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각 투자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행동주의 펀드든 기관투자자든 요구나 우려 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적극적인 메시지로 대응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이나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은 주총 안건 준비 시점부터 미리 점검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이들의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주총 시기가 아닌 평소에도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자사 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Glass Lewis 등에서 이사회가 AI나 사이버 보안 등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유하는지 등 새로운 요소를 강조하는 추세이므로, 미리 준비하고 각 주주 또는 의결권 자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일관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평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언론 공방, 소송, 위임장 대결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법무·IR·커뮤니케이션 부서가 협업하고, 외부 전문가와도 공조하여 주주, 임직원, 고객, 정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별 소통 전략은 물론 메시지와 채널도 세심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해외 투자자에게는 한국의 조세정책이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자의 요구를 이해하는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도 균형 있게 부응해야 한다. 선제적인 소통 전략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번 주총이 갈등이 아닌 협력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깊이 이해하고, 일관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