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읽어 본 국민의 마음
FleishmanHillard Korea 2022 Newsletter 2022 South Korea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20대 대선에서 읽어 본 국민의 마음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득표율은 48.56%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47.83%) 와의 표 차이는 역대 최소인 0. 73%p입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입니다. 정치 입문과 동시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8개월여 만에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제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국정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5월 10일 공식 취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중점 정책과제를 정립하고 시대의 요청에 맞춰 정부 조직의 재편도 추진하게 됩니다.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된 작년 11월 18일 시점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11%로 윤석열 당선인이 크게 앞서 나갔습니다. 상호 네거티브 캠페인이 치열해지면서 30%의 열성 지지층을 보유한 이재명 후보자의 경우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부동층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윤석열 당선인의 경우에는 당내 갈등, 배우자 리스크 등이 지지율 변화 추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사전 투표, 막판의 지역 집결과 20대 표심의 향방이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했으나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더 큰 힘을 발휘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정치 지형에서 불과 0.73%p 차이의 득표율로 승자독식이 일어나는 시스템에서는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통합과 협치의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1987년의 민주화 (직선제, 5년 단임제의 헌법) 체제에 대한 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말해주는 시사점을 유권자의 시각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아울러 선거 과정에서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와 한국사회가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역대 대선 1·2위 우세지역 변화
유권자의 마음 돌아보기
대선의 결과는 우리 사회의 전 세대 및 계층에 걸쳐 국민들의 생각이 복합적인 고려 요소들 가운데 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투표라는 행위에 의해 표출된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영향을 받는 국내외 기업과 단체들은 그 결과의 의미를 잘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선 기간에는 만 18세 이상인 유권자는 물론이고 직접 선거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는 청소년 세대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들의 참여와 소통이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번 대선 결과와 더불어 선거가 진행되는 전 과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양상을 분석하여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정신, 그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국민들의 관심사, 생각, 정서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도움이 되는 베네핏(benefit)은 무엇인가요?
다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10대 공약집에서 추출한 키워드로 구성한 워드 클라우드입니다. 양당의 공약 에센스에서 키워드 간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번 대선이 각 당의 독자적인 철학이나 이념을 강조하기보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만큼 국민들에게 더 많은 지원 약속을 경쟁적으로 하는 ‘베네핏 선거’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10대 공약집 키워드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유권자들의 관심이 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효용과 편익을 제공해줄 수 있는 후보인가 쪽으로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생활밀착형’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언론에서 역시 각 후보의 공약 중 주 4일제, 문신 합법화, 보유세•거래세 조정, 탈모 건강보험, 병사봉급 월 200만원, 성범죄 무고죄 강화 등과 관련된 보도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소셜미디어 여론으로는 ‘부동산’ 주목도가 가장 높았고, 특히 유튜브에서는 공약 키워드 중 ‘부동산’ 점유율이 무려 40%에 달했습니다. (스피치로그, 언론, 트위터, 커뮤니티, 유투브 등 데이터 분석, 2021.11.29~2022.1.27)
전국에 걸린 후보들의 현수막에서도 이러한 유권자를 타깃화하는 전략이 잘 드러납니다. 19대 대선에서 ‘적폐청산’, ‘보수개혁’의 이념이 치열하게 대립했다면 이번 20대 대선에서 후보들은 ‘지하철 신설’, ‘복합쇼핑몰 건설’ 등 지역•생활 밀착형 작은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즉 타깃 오디언스가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해하여 적재적소의 메시지로 호소할 수 있는 디테일 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공약이 그대로 이행될 거라 믿지는 않습니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윤 당선인은 코로나 긴급구조 50조 원 등 소요재원 266조 원의 200개 국정 공약을 내 놓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원안대로 이행되기는 힘들다는 걸 국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체크 사이트인 <문재인미터, moonmeter.kr>는 2021년 5월 문정부 4주년을 맞아 집권여당이 역대 최다 180석 (60%)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완료된 대선 공약은 155개 (17.47%) 뿐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갈등은 다층, 다원,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대선 때마다 등장하던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퇴색해지는 듯했으나 막판에 지역 집결이 일어나면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역대 대통령 지역별 평균 득표율
우리가 한국 사회를 부르며 흔하게 쓰는 표현 중 ‘갈등공화국’이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에 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갈등 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3위로 갈등이 많은 반면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갈등 뿐 아니라 세대갈등, 젠더갈등, 노사갈등, 계층갈등 등이 눈에 띄는 아젠다로 집중 조명을 받았고, 후보들은 앞다투어 ‘갈등해소’, ‘통합’,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갈라치기 선거’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윤석열 후보측은 203060을 타깃으로 ‘4050 세대 포위론’을 펼치는가 하면, 이재명 후보측은 4050을 타깃으로 ‘세대 포용론’을 내세우며 반격했습니다. ‘이대남’과 ‘이대녀’를 기준으로 세대와 성별을 묶는가 하면, MZ와 586까지 분류집단에 추가하며 선거전략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해당 집단에 속하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대변해 갈등을 확산하는 유권자도 있었고, 정치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긴다며 비판적인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갈등의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등 소수의 목소리가 소외 받았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집단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각 집단이 중요시하는 핵심가치와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나와 후보의 정치성향이 달라도 괜찮아요
이념에 기초한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는 양상은 양당의 공약에서만 감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가 후보와 국민을 대상으로 14개 정책 쟁점에 대해 설문을 진행한 <대선 2022 선택 후보자 · 국민 정책 및 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과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자 간의 정책 이념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보였습니다. 10점 척도를 기준으로 가운데 5점은 중도성향, 0점에 가까우면 진보성향, 10점에 가까우면 보수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진보성향이 강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의 평균 정치성향은 4.12점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3.89점)보다 덜 진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대선 2022 나의 정치성향 테스트’
후보가 마냥 좋아서 뽑은 건 아닙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 할 정도로 양 후보에 대한 약점과 논란이 컸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치열하게 벌어진 네거티브 공세로 ‘대장동’과 ‘도이치모터스’, ‘김혜경’과 ‘김건희’ 키워드가 연일 언론과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을 국민들은 지켜봤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친 TV 토론에서도 국민들은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할 수 없었고 급기야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까지 한 것입니다.
비호감 선거의 특징은 좋아하는 후보가 아니라 덜 싫어하는 후보를 뽑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당선인과 새 정부는 초기에 조금만 실수를 해도 국민의 실망감은 곧바로 분노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낙선된 후보를 지지하던 4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기대와 어긋난다면 새 정부에 대한 불만은 분노와 증오로 점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선 직후인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 당선인의 리더십 발휘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출처: 한국갤럽 (2021년 10월 19~21일)
후보들이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1위(29.8%)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코리아정보리서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022명 대상 여론조사, 2022.03.02) 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1월 발표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OECD 38개국 중 22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민들은 한국사회의 비리와 부패에 대해 심각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동시에 투명성, 공정, 상식이라는 가치에 대해 높은 기대가 있음을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극대화, 여론 이끌어… 코로나 시대 전통매체의 약진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및 소셜미디어 내에서 활발한 소통과 함께 유저가 직접 만드는 밈(meme)이 짧은 영상(short form) 과 짤방 형태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모든 후보가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생산하며 스스로 밈 (meme)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시도한 온라인 유세도 눈에 띕니다. 다만 이재명 게임의 순위권에 등록된 아이디들이 ‘사라진초밥십인분’, ‘법카쓰고싶다’ 등 이슈로 점철된 것을 보면 이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항상 조심하고 대비해야 함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출처: (위) 더불어민주당 유튜브채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정치 OTT ‘재밍’ (아래) 국민의힘 유튜브채널 ‘오른소리’
주목할 만한 것은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2월 3일 열린 첫 대선 TV토론회 시청률이 39%를 기록하며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역대 2위 시청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19대 대선 1 차 토론회 22.1%) TV, 모바일, PC을 동시에 이용하며 유사한 콘텐츠를 각기 다른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크로스 플랫폼’ 트렌드에 따라 유권자들이 TV를 보며 방송사가 원소스멀티캐스팅으로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것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 공론의 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매우 활발했습니다. 클리앙, 보배드림, 뽐뿌, 펨코, 엠팍, 루리웹, 여성시대 등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각 후보 및 정당의 활동과 발언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 소통은 각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반대편의 후보는 강하게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며 확증편향을 강화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디시인사이드와 여성시대에 직접 게시글을 올리며 이용자들에게 비대면 유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 역시 확증편향을 강화한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특정 후보 측을 지지하는 영상을 두세 건 이어보면 자동으로 관련 영상만 반복해서 이어 보여주는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 플랫폼과 이용자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의 조건: 포용과 협치, 글로벌 시각
그 어느 때 보다 한국사회는 20대 대통령에게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유권자의 마음, 그리고 2030의 고민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결과제는 산적한데 재원과 수단은 부족하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데 이어지는 6월 지방선거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면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말로는 포용을 이야기하지만 행동에서 포용을 실행하지 못한 정권 초기의 패착이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경험하며 시대적 이념과 가치에 영향을 받는 집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집단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베네핏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근시안적인 포퓰리즘으로 던진 수많은 공약들은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미래 세대에 짐이 될 것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윤석열 당선인의 발언들을 AI기반의 토픽모델링 기법으로 구현한 토픽 네트워크입니다. 해당 토픽은 선거기간 중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것으로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인 동시에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이슈와 이슈 간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1개월 데이터만 분석했음에도 토픽의 개수도 다양하고, 토픽간 네트워크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미세 조정 능력뿐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혁이 필요한 영역의 문제를 사실대로 알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슬기롭게 풀어야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경제양극화, 저출산 등 급격한 사회경제 환경변화 속 해결해야할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당·정·청 간의 소통,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협력과 공무원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원칙과 목표를 투명하게 세우고, 민·관이 자원과 기술, 정보, 경험을 나누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력 거버넌스 패러다임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외교, 안보, 경제 신냉전이 시시각각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에 영향을 주는 어려운 시기에 윤석열 당선인과 새로운 정부는 글로벌 환경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추고 국민이 바라는 수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