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H Korea] 2023 신년 뉴스레터

 

 

I. 한국 사회 & 글로벌 환경: 탓의 멈춤, 공감의 확산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시작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기업 활동에 큰 악재이면서 개별 기업의 힘이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글로벌 난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엔데믹, 그칠 줄 모르는 우크라이나 전쟁, 멈출 줄 모르는 전세계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인상과 에너지 비용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부담, 그리고 이 모든 게 뒤섞여 우리를 조여오는 세계적인 R(경기침체)의 공포… 경제뿐 아니라 국제 정치 안보상황 역시 한발짝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불투명하고 불확실합니다. 누리엘 루비니의 ‘대위협 시대(The Age of Megathreats)’가 도래했다는 경고가 정말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의 위협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과학 철학자이자 진화학자인 장대익 교수는 팬데믹이, 빠른 확산성을 갖는 소셜미디어와 만나 부정확한 근거와 불확실한 정보로 사회적 불안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인포데믹(infodemic – information + epidemic)’을 심화하고, 나아가 혐오나 경멸 같은 부정적 정서가 집단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이모데믹(emodemic – emotion + epidemic)’을 강화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워크자본주의(woke capitalism – 인종, 성 정체성, 환경, 임신중단, 공권력, 동성결혼 등에 깨어 있음을 중시하는 경영)’ 현상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보다 강력한 프레임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따라서 경영자들에게 정치·사회적으로 보다 높은 감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한국의 대선에서 벌어졌던 이대남 대 이대녀 정치적 갈라치기 상황과 유사하게 woke의 극단적인 목소리는 중도의 온건한 그룹까지 공격하며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 추진 노력을 움츠리게 만듭니다.

올해 전국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 잘못해도 고치지 않음)’라고 합니다. 잘못이 드러나도 ‘내 탓’이라는 사람이 없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사과도 하려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만 하는 현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 편, 네 편이라는 <편>의 인식이 <탓>이라는 행위를 낳고, 이 탓의 행위가 다시 편의 인식을 더욱 굳어지게 만들면서 생각과 행동이 서로 악순환의 상승작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이라는 책에서 선택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며,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든 위기를 초래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가 책임을 지지 않는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탓의 근저에는 거대한 착각이 있습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나는 다르다. 우리는 다르다.’는, 소위 내로남불 착각과 ‘나만은 괜찮을 것. 이 번은 괜찮을 것. 우리는 괜찮을 것.’이란 선민의식의 착각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사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정 사건을 누군가의 잘못으로 몰아 종결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낳습니다. 첫째, 많은 문제는 어떤 특정인 또는 집단 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희생양을 만들기 시작하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책임공방만 난무하게 됩니다.  둘째, 옳은 일을 했더라도 사건 자체가 긍정적인 게 아니라면 특정인에게 덤터기를 씌울 수 있습니다. 2009년 새 떼와 충돌해 엔진에 불이 났으나, 허드슨강에 불시착시켜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모두 살린 US항공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근처 공항으로 가지 않고 왜 강에 착륙하는 위험을 감수했는지를 놓고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혹독한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셋째,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외면한 채 누군가의 탓으로만 사건을 해결하려 하면 그 문제는 추후 다시 더 크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올바른 접근법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가’이어야 한다고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은 중앙 선데이 칼럼에 소개했습니다. 그래야 문제를 제대로 분석해 교훈을 얻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탓의 멈춤>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확히는 네 탓을 멈추고 내 탓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 생전 진행하여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었던 <내 탓이오!>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서로 다른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화음이 되는 것처럼, 서로 다름을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3공(공감-共感, 공존-共存, 공생-共生)이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공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요?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과 타인의 관점(입장, 생각)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으로 구성되고 인지적 공감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발전된다고 합니다. 또한, 내집단(in-group)에 대한 과잉 공감은 외집단(out-group)에 대한 폄훼와 편가르기를 초래한다고 하니, 공감의 양면성에 대해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사회가 분열과 분노로 가득차고 갈등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고소·고발 공화국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적인 ‘대위협시대’에 내집단 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의 힘보다,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의 힘을 키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 (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 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변혁과, 전세계가 맞닥뜨린 시스템 리스크를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 본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타인에 대한 겸손한 마음, 평생 배움의 자세,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진지함으로 익숙하지 않은 외집단의 이해관계자와도 소통하고 협력하며 공감의 반경을 넓히며 위기속에서도 건강한 성장의 길을 걸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
박영숙 드림

 

 

II.  2023년 비즈니스 리더들이 알고 있어야 할 트렌드 10가지
(기술 · 경제 · 사람 · 미디어 영역)

 

트렌드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
1. 생성 AI (Generative AI)  &  AI TRiSM

간단한 이미지나 글로 명령을 하면 원하는 스타일의 글, 그림, 음악, 비디오, 디자인 등을 만들어 주는 AI 도구인 생성 AI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창작자의 저작권 침해, 유해 콘텐츠 난무 등 새로운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Gartner는 AI가 잘못 활용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AI TRiSM (Trust, Risk, and Security Management) 프레임웍을 제시하면서 AI 모델 거버넌스, 신뢰성, 공정성, 견고성, 효율성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4월 뉴욕대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교수가《애틀랜틱》에 기고한 ‘지난 10년간 미국인의 삶이 특히 멍청했던 이유(Why the Past 10 Years of American Life Have Been Uniquely Stupid)’라는 칼럼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소셜 미디어의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는 아키텍쳐로의 변경, 중독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의 모색, 가짜 계정과 익명성의 부작용 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10대의 정신건강, 소셜 미디어와 민주주의 연구, 위 기고 관련 Meta와의 토론 자료 모음은 링크 참조)

 

테크 기업들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이해당사자들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AI 기술이 이용자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2. 양자컴퓨팅 (Quantum Computing)

양자 컴퓨팅의 최소 단위는 ‘양자(Quantum)’의 약자를 붙여 ‘큐비트(Qbit)’라고 부른다. 양자역학 속성을 활용해 상상을 뛰어넘는 컴퓨팅 성능으로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거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과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이나 도시정비, 금융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IBM, 구글, 인텔이 리드하고, 중국과 프랑스는 양자컴퓨팅을 주력 첨단 기술로 보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를 중심으로 양자 암호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 학계 참여자들은 글로벌 추진 사항을 잘 모니터링하고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보안 확보와 생태계 확대 및 협업 활성화 방안을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3. 에너지 비용 위기 & 클린 테크  

플레시먼힐러드의 TGI 리서치팀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유럽의 에너지 비용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 9개국 (한국, 중국, 인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비즈니스 리더 900명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했다. 리더들은 인플레이션, 러시아와의 긴장, 유럽 에너지 위기, 기후 위기, 미·중 관계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영국과 유럽국가에서는 기후대응을 위한 투자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완만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했고, 동시에 59%의 리더들은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또한 원자력에 부정적인 독일(76%)을 포함해서 72%의 리더들은 에너지 위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원자력 에너지 수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았다.

 

각국이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고 경제 위기 상황의 임팩트를 고려해야 하나, 기후대응 목표의 추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소비 절감, 전기 요금 정상화, 전략적인 클린 테크 투자 활성화의 정책 조율을 위해 정부와 국회, 산업계, 시민들이 모두가 책임과 오너십을 갖고 숙의적 자세로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합리적인 임팩트 중심의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4. 히든 드래곤(Hidden Dragon) &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유니콘은 쇼, 드래곤은 돈이다.”  골프 경기에서 화려한 드라이브 샷을 날려도 퍼트에 성공해야 상금을 탈 수 있다는 비유에서 벤처캐피털이 자주 하는 말이다. 대학에 특강을 가 보면 몇 년 전에는 공무원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은 학생들이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한다. 유효상 유니콘 경영경제연구원장은 12월에 출간한 <스타트업, 아름다운 성공>에서 “스타트업은 매각이든 상장이든 엑시트에 성공하지 못하면 좀비가 되거나 파산 혹은 청산된다”고 강조하며, “영원히 소유할 것처럼 경영하고 오늘 매각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끊임없는 피벗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고객과 타깃 기업이 원하는 엑시트 그림을 그릴 줄 알 때 펀드 전체의 수익률을 올려주는 알짜 엑시트 드래곤으로의 가능성이 “조금” 올라가게 된다.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맞춰 피벗팅을 할 때 필요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10년 후로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본다면 기회(unmet needs)는 어디에 있을까? 외로운 이웃을 돕는 서비스, 치매와 고독사가 늘어나는 시대에 나와 내 가족이 맞고 싶은 노후 케어와 공간, 우아한 삶의 마지막 (End of Life) 준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는 솔루션은 절대 틀리지 않을 Known-Knowns 영역일 것이다.

 

금리가 높다고 해서 투자자의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단한 사모펀드, 패밀리 오피스, 대기업의 CVC에는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투자 비축금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기업은 방향 전환을 모색하기 때문에 다양한 M&A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은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이른 단계의 Exit 기회를 모색해 볼만하다. 정부는 스타트업 M&A를 활성화할 정책과 규제 개선을 추진할 때다.

 

다양한 M&A 딜을 진행할 때 법률, 회계, 컴플라이언스 실사 외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평판과 ESG 및 DE&I 리스크 관점에서의 문화실사 (Cultural Due Diligence)와 딜의 진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입장을 분석하고 상호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적 딜 커뮤니케이션 (Deal Communication)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5. 자기 몰입 & 인덱스 관계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트렌드 모니터 2023>에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개인이 정치·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고, 기회도 없으며, 불확실한 환경에서 ‘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대상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건강과 시간, 지출, 인간 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데 열심이다. 남과 비교해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효율적으로 배워서 해보고,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를 찾고 표현하는데 조금은 과몰입하고 있다. 내가 처음 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다 보니 보편적이고, 대량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보다는 새롭고 개인화된 서비스가 더 중요해 진다.

인간관계도 소셜미디어에서 취향과 목적 지향적으로 다양하게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마치 색인(Index)으로 분류하고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과 브랜드는 고객의 자기 관리와 자기 발견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 (가격정책, 개인화된 경험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이 재미와 스마트한 소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도록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하다.

6. 과시적 비소비 (Conspicuous Non-Consumption) & ‘Temaedori’

<라이프 트렌드 2023>은 소비가 아닌 비소비를 과시하는 것을 메가트렌드로 꼽았다. 보복소비는 이미 해 봤고, 불안한 경제 상황, 기후 위기 대응 등을 고려할 때 소비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2030이 동참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힙한’ 욕망으로 보여지고 싶기에 과시적 소비의 끝에 과시적 비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나와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확연히 비교되는 시대라 이왕이면 비소비도 폼나게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일본의 자유국민사라는 출판사에서 선정한 올해의 유행어에 “Temaedori”가 포함됐다. 음식물 낭비를 줄여 환경오염과 식품 폐기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일본 농림수산성이 프렌차이즈체인협회와 소비자청, 환경성과 함께 판매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자는 소비자 의식 변화 캠페인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0년의 푸드로스는 전 년도 보다 9%가 감소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목표치를 관리하고 있고, 연말 연시 기간에는 식사하면서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Tabekiri”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주체성이 강한 한국인의 특성과 집단주의 사고가 익숙한 일본인의 특성이 고려될 때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동기부여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7. 조용한 해고 (Quiet Layoff) & Workcation (Work + Vacation)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불길한 적신호가 켜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경비 절감을 위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해외에서는 빅테크 기업,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어려운 회사사정을 공개하며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온다. 이 중에는 이메일이나 줌으로 해고 통지를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은 경직된 노동 시장과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외부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많은 눈치를 봐야 하는 까닭에 해외처럼 요란한 해고 대신 조용한 해고를 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팬데믹 이후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근무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된 트렌드는 업무 특성과 생산성을 고려하면서 어느 정도의 유연성(flexibility)를 제공하는 것이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를 합친 말로서 여행지나 휴가지에서 휴식을 하면서 원격으로 근무를 하는 형태를 말한다. 발리 같은 휴양지나 지방의 도시는 워케이션 인구를 유치해서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모든 임직원이 동일하게 만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고가 발생하면 남아 있는 직원들도 회사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임직원의 감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오래 근무한 동료가 퇴직시 예우를 갖춰 졸업식을 하듯,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최적의 근무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8. 개인화, 다양화, 세분화되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

전통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TV, 신문 등 미디어가 주요 아젠다를 정하고, 여론을 이끌어 나갔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미디어가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이 셀러브리티나 여론 주도층으로서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또는 시티즌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않던 다양한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디언스들은 더 이상 조간 신문을 기다리거나 공중파 9시 뉴스 시간에 맞춰 채널을 고정해 놓을 필요 없이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미디어나 플랫폼을 선택하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댓글이나 코멘트를 통해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이용자가 되었다. 또한, 콘텐츠의 세분화는 오디언스의 로열티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고, 결과적으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은 물론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뉴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이뤄지는 플랫폼이 AI를 활용해 콘텐츠와 경험을 개인화하는 동시에 DE&I 가치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어 미디어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리더들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와 성향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널 및 협업 가능한 인플루언서를 맵핑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9. Short-form content

숏폼은 15~60초의 짧은 영상 콘텐츠로, 텍스트 보다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영상 중에서도 짧은 것을 선호하는 특성을 지닌 MZ세대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숏폼 열풍이 저널리즘 영역으로 이어져, 뉴스 미디어들도 틱톡에 진출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제한이 있었지만, 틱톡은 그간 흥미 위주의 숏폼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주목받았고, 최근 주요 언론사들이 MZ 세대를 겨냥한 숏폼 동영상 형태의 뉴스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면서 뉴스 미디어 플랫폼으로서도 부상하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 강렬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의도한 방향으로 의식의 흐름을 유도하고, 정보를 쉽게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뉴스 미디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도 새로운 숏폼 옵션을 시작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리더들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숏폼 콘텐츠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시 릴스/쇼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가짜 뉴스의 범람과 맥락이 생략될 수 있다는 점, 비주얼을 강조하다 보니 자극적일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고, DE&I 와 사회적 감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10. Universe & Contents Universe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도 X세대 이상은 천문학에서 다루는 개념인 별 · 은하 · 우주를 떠올리거나 칼 세이건이 쓴 철학적 질서정연한 우주 ‘코스모스’를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MZ 세대에게 유니버스는 세계관으로 통한다. 나의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를 구독 및 소비하고 리뷰 및 댓글로 소통하며 나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참고해 경험과 안목을 넓힘으로써 나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확장해 나간다.

 

구독자가 이탈하지 않고 머물도록 ‘락인(lock-in)’을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연결된 세계관을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계속 소개함으로써 커뮤니티의 로열티와 끈끈한 유대감을 높여 나가야 한다.

 

 

III. 오늘을 챙기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양손잡이 리더십을 위한 플레이북

지난 3년은 ‘과거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과학계의 대응 경험’,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적응’ 등 우리가 어느 정도 아는 사실에 대해, 모르는 것(Unknown knowns)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은 우리가(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더에겐 조직의 오늘을 챙기며 동시에 내일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줄 아는 양손잡이 리더십이 기대됩니다. 리더의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질문을 3가지 관점에서 플레이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PURPOSE PLAYBOOK: 목적관리

  • 나의 일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경기침체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미션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정말 쓸모가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가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까?  우리의 혁신이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과제를 잘 발굴하고 있는가? 물길을 바꾸고 판을 바꾸는 옵션을 생각해 봤는가? 우리가 세운 전략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가정(가설)에 대해 사실확인은 하고 있는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은 아닌가? 우선 순위의 선정이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도 우선순위가 맞는가? 나의 의사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도덕적으로 불편한 타협의 요구에 이번 한번 만의 유혹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LEARNING PLAYBOOK: 배움관리

  • 나와 우리 조직, 우리 업계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삶은 모르는(未知) 세계에서 아는(旣知)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안다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입니다. i)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것, ii)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것, iii)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것, iv) 나는 아는데 남은 모르는 것에 대해 리더, 조직, 업계 차원에서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깨우침의 반경을 넓혀야 합니다.
  • 배움의 소스가 되는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또는 Yellow page) 갖고 있는가?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적합한 선행 연구, 이론, 관점, 축적된 경험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 과거의 생각과 성공 경험에서 비롯한 자신감을 비우고, 겸손하게 새로운 관점과 사실을 배움으로 채우고, 또 배운 것을 함께 나누고 있는가?  필요할 때 최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믿을 만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가?

MINDFULNESS PLAYBOOK: 마음관리

  • 나는 오늘 친절한 사람이었나?
    분노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화가 난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화가 나면 잠깐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나를 관찰해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보려고 해 봅시다. 공감의 반경을 넓히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요즘 세대와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실수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도록 DE&I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갖고 있는가?

 

2023년의 새로운 각오를 지난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말로 다져 보면 어떨까요?

“마음에 나쁜 것을 품으면 음악이 정말 나쁘게 되고,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연주하면 음악도 그 진심이 느껴지는 게 음악의 무서운 점이다.”

계묘년 새해에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직장과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PDF 다운로드: [FH Korea] 2023 신년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