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H] 2024 총선 결과 뉴스레터
2024년 4월 10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20대, 21대에 이어 22대까지 3연속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내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이번 총선을 통해 여당의 다수당 탈환을 목표로 했었으나 결국 큰 의석수 차이로 실패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내내 여소야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헌정사상 첫 대통령이 됐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몇 번의 변곡점은 있었지만 이 같은 결과는 대체로 예견됐던 것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국민들은 ‘투표’라는 선택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표현하고, 이를 정부와 국회에 명령하게 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 민의를 살펴보고 선거 이후의 정치·경제적 변화 전망과 시사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역대 총선 주요 정당 의석 수
역대 총선 투표율
대한민국의 정책 환경은 4월 10일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국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공약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의 주요 공약들을 비교 분석하여, 여러분의 사업 전략 수립과 정책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국내 기업들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들, 그리고 국내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해외 기업들은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양당의 공약이 여러분의 비즈니스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함께 고민하고 성공적인 정책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래 공약들은 대부분 법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입니다. 따라서 양당이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울러 양당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의석수 과반을 넘긴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을 중점적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 모든 이슈를 압도한 정권심판론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심판’이었습니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을 들고 여·야가 격돌했으나 야당의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야당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비명횡사’라는 신조어가 태어날 만큼 공천학살 논란이 일었고 선거 막판에는 일부 후보들의 물의(망언, 사기대출, 대물림, 전관예우 등)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슈도, 인물도, 바람도 정부와 여당을 향한 정권심판론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2년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던 여당이 왜 이렇게 역대급 참패를 당했을까요? 향후 정치학자들의 많은 연구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정부가 물가·경제·민생 관리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하게 된 게 큽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이종섭 호주대사, 황상무 수석 관련 스캔들이 불을 질렀습니다. 무엇보다 야당을 적대시하고, 인사를 독단적으로 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오만함으로 비쳐졌습니다.
- 국가의 주인은 국민
공직자는 국민의 주인이 아니라 머슴입니다. 이번 선거는 누가 주인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머슴이 주인 행세를 잘 못하면 주인들은 분노합니다. ‘심판’을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노’입니다.
1992년 14대 총선 이후 32년만에 가장 높은 67%의 투표율을 보여준 것과 사상 최고의 재외국민투표율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세계 115개국, 178개 공관에 마련된 220개 투표소에서 14만7,989명의 재외국민 유권자 가운데 9만2,923명이 투표를 해 역대 최고치인 62.8%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같은 투표 열기에는 야당에 대한 심판도 물론 섞여 있었습니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야당도 잊으면 안 될 것입니다.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한 국민의 불편한 마음, 무거웠던 마음을 패배한 여당은 물론, 승리한 야당도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 분열과 갈등에서 통합과 협치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 용지는 길이가 51.7cm였습니다. 사상 최장인데 무려 38개 정당이 선거에 등록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당 숫자 역시 1987년 민주화이후 최대입니다. 이렇게 많은 정당이 출현한 것은 그만큼 기존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존 정당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니까 아예 직접 만들어서 정치에 뛰어든 것이지요. 그럼에도 의석수 20석을 넘겨 국회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게 된 정당은 결국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곳 뿐이었습니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도록 눈물을 머금고 결정을 한 결과이겠지요.
선거 내내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 급급한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 표를 구걸하는 비현실적인 공약이 만발한 역대급 포퓰리즘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이런 정치권에, 22대 국회에 국민이 내리는 명령은 ‘통합과 협치’입니다. 이 명령은 여·야의 수뇌부부터 실행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그동안 미뤄왔던 여·야 영수회담을 이제 하지 않을 수 없어 보입니다. 이를 계기로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협치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국회가 미래세대를 바라보고 작아도 중요한 일을 하나씩 원칙을 존중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협치의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 응원이 중요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직후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민의를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와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도 들어있다”는 관계자 설명과 더불어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비서실장을 포함한 용산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 대대적인 인적 개편도 예고했습니다. 실행으로 잘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은 5월 3일이 되면 자동 폐기됩니다. 223건의 규제혁신 법안 가운데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98개입니다. 20대 국회도 임기 종료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임시국회에서 133개 법률안을 처리했습니다. 이 기간도 낭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여·야의 극한 대립과 정쟁 가열
단독 과반(150석)을 넘어선 더불어민주당은 무소불위의 입법권력을 행사하려 할 것입니다. 국회의장은 당연히 민주당 몫이 되었는데, 여·야의 입장차이가 클수록 의장의 역할은 커집니다. 의장 직권으로 각종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고, 본회의 개최여부를 정하는 것도 의장 몫입니다. 상임위 위원장도 대부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과 예산안, 주요 공직자(국무총리, 헌법재판관, 대법관, 감사원장 등)인사는 모두 국회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게 됩니다. 선거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 10석 넘는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범야권의 대정부 공세는 더욱 가열차게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범야권이 180석을 넘기면서 이른바 패스트트랙(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가능해졌고, 소수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도 무력화(24시간내 강제종료)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개표 초반 한때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범야권이 20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개헌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고 동료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개헌저지선을 가까스로 지킨 정부·여당이 행정권을 무기로 강경하게 맞설 경우 강대강으로 여·야가 맞붙었던 21대 국회의 지난 4년보다 어쩌면 더 격렬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개헌 논의와 국회 세종시 이전 본격화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4년 연임가능제도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정치 체제입니다. 독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대통령 단임제를 시행했으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맞지 않는 등 여러 문제를 노출했습니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 승자독식 논란과 함께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특히 이번 선거에도 적용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대 정당의 꼼수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87년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선 어떤 형식으로 든 개헌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올 전망입니다. 개헌과 맞물려 국회이전 논의도 본격화할 것입니다. 선거 막판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공약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왜 하필 이때 공약하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국회 세종시 이전은 원래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약으로서 그동안 야권에서 주도해온 이슈였습니다. 따라서 여야 모두 찬성하는 의제가 된 셈인데 여의도 구태정치 해소, 수도권 집중억제 등 대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걸림돌도 많아서 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 시행령 정치의 재현 가능성
여소야대 국회가 재현되면서 22대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법안들은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범야권 의석수가 200석에는 미달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까지 무력화시킬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의 발의 법안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최종 부결되는 수순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결국 여·야의 대승적인 합의가 없는 한 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국회의 동의 없이도 대통령령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행령은 제·개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범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원활한 국회기능 수행을 위해서라도 여·야의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에서 대패한 정부와 여당의 반성과 자각이 중요합니다.
- 정치발(發) 불확실성의 증가
거대 야당이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정부는 레임덕을 피하기위해 강경하게 맞선다면 그 불통이 엉뚱하게 튈 수도 있습니다. 노동·환경·복지 등 주요 정책에서 여·야가 격돌하면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할 우려가 있습니다. 각자 입맛에 맞게 상대방 공격을 하는 가운데 기업 등 민간부분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청문회 출석이 늘어날 가능성이 그 한 예입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맞서는 상태에서 누구의 힘이 센 지에 따라 국가운용방향이 정해진다면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고, 민간부문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의 운영, 재무 상태, 전략적 방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한국경제가 현재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민생을 살리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건의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구촌 선거의 해’로 불릴 만큼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집니다. 가까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대외지향적 국가에서는 외국의 선거가 ‘강 건너 불’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거결과를 좌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지켜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기업 생존과 직결될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
정치지형의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예측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세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정책 전환 리스크입니다. 야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책이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야 하며, 특히 세금, 노동, 환경, 기업 규제 분야를 주목해야 합니다. 둘째는 시장 변동성 리스크입니다. 정치적 변화는 투자 유치, 소비자의 선호, 시장 수요, 국제 무역 조건 등 시장 전반에 걸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사회적 인식 및 평판 리스크인데 정치적 분위기 변화가 기업의 사회적 인식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촉’이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무엇을 잘못했을 경우 그에 대한 비난과 처벌은 과거보다 훨씬 가혹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예방적, 선제적, 적극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내부 임직원과 협력업체, 고객을 잘 섬기고 배려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지지를 얻어내야 합니다. 섬세하고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평판과 명성을 잘 관리하는 것이 내일을 헤쳐 나가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22대 총선 리포트>를 마무리하며 리더이거나 리더가 되고 싶은 모든 분들과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데 요구되는 3가지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