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응 방안 (U.S. Election Impacts: Strategic Response Insights for Korean Businesses)
트럼프가 돌아왔다.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자는 승리 선언을 통해 “미국의 모든 것을 고치겠다”며 대변혁을 예고했다. 선거기간 내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쳐온 그의 귀환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그 파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클 전망이다.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선의 현지 반응과 시사점,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등 이모저모를 뉴스레터 방식으로 살펴본다.
내년 1월 20일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시작될 <트럼프 2기>는 2016~2020년의 <트럼프 1기>때와 정책의 큰 줄기나 방향은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의 강도는 훨씬 거세지고, 그 파장도 1기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럴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변화를 주시할 때 <방향>못지 않게 <강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정치·경제·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살펴본다.
1. 주목해야 할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
①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선거인단 기준 304명 대 227명으로 이겼다. 하지만 득표율은 트럼프가 46.1%(6,298만표)에 그쳐 힐러리의 48.2%(6,584만표)에 크게 뒤졌었다. 전체 유권자가운데 얻은 득표수로는 3백만표 가까이 뒤졌음에도 간접선거방식(각 주별로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덕분에 대통령이 되었던 것이어서 ‘반쪽 대통령’이란 소리를 임기 내내 들어야 했다. 이번에는 그러나 7개 경합주에서 완승했을 뿐 아니라 전국 득표율에서도 51%(7,129만명)대 47.5%(6,636만명)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압도했다. 이는 트럼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국 우선주의>가 그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미국 국민의 과반수가 동의하고, 지지해준 큰 목소리이자 미국의 새로운 트랜드라는 것을 시사한다.
② 미국은 2년마다 하원의원을 전원 새로 뽑고, 대통령은 4년마다 뽑는다. 임기 6년의 상원의원은 2년마다 3분의 1씩 바꾼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다. 2016년 당시에도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모두 승리하기는 했었으나 곧바로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235명 대 199명으로 공화당을 누르고 하원의 다수당이 되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대립을 계속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입법·행정부를 모두 장악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트럼프가 추진할 ‘미국우선정책’들이 의회의 제동없이, 거침없이, 오히려 의회의 지원아래 시행될 전망이다. 상원은 대통령 탄핵소추 부결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현재 재판중인 각종 법 위반 사건들에 관해서도 자유로와질 전망이다. 연방대법원도 9명의 대법관 가운데 6명이 트럼프 정부 때 임명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이어서 미국은 이제 입법·사법·행정 모두 보수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하는 ‘공화당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③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을 역임했기 때문에 다음(2028년) 대선에서는 중임대통령이 돼 출마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그때는 만 82세가 되어 현실 정치를 계속하기도 쉽지 않은 나이가 된다. 따라서 향후 4년간 그는 연임 부담없이, 이것저것 눈치보지 않고, 평소 그의 성향대로 각종 정책들을 거침없이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트럼프 계열 인사들로 재편돼 공화당 자체가 사실상 트럼프당이 된 데다, 연방 예산권을 갖고 있는 하원과 국제조약 비준권을 갖고 있는 상원을 모두 장악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점도 트럼프의 파워를 배가해주는 요인이다.
2. 트럼피즘이 초래할 국제질서의 변화
① 트럼프의 정책은 한 마디로 ‘미국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지난 7월 공화당 정강정책의 제목으로 내걸었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과 그 서문의 제목이었던 AF(America First)가 핵심이다. 이는 2016년 트럼프 1기때부터 줄기차게 주창해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더욱 높아져서 미국의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미국우선주의, 국수주의적 정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서라면 고립이나, 대립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의 최혜국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이미 선언했고, 영원한 우방으로 여겼던 유럽과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검토’까지 내비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한국을 ‘돈 잘 버는 나라’(Money Machine)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지금의 거의 10배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트럼피즘은 이처럼 전세계의 정치 경제 질서에 메가톤급 변화와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②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외국에 물리는 관세는 대폭 높이고(특히 대중국 관세는 현재 0~25%에서 5~85%로), 자국민 또는 자국내 기업에 물리는 내국세는 대폭 낮추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반도체법)을 ‘너무 나쁜 거래’라고 대놓고 비난하면서 “보조금 줄 필요 없다. 높은 관세를 물리면 그들이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차대전이후 대체로 평화롭게 유지되어왔던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게 되었으며,’국경없는 무역’을 지향해온 세계화의 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③ 이 같은 트럼피즘은 필연적으로 상대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중국도 당연히 높일 것이고, 그러면 자유무역을 기치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는 당연히 힘을 잃게 된다. 또 각국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강대국간의 갈등과 대립이 수시로 불거져 나올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처럼 수출 등 대외 거래 의존도가 높은 약소국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각 연구기관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는 수출이 53억~448억 달러 감소하고 GDP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정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 이데올로기의 종언의 종언
① 옛 소련이 붕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 교수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을 펴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대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냉전체제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는 이데올로기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세계는 후쿠야마 교수의 예언대로 미국 일극체제가 형성되면서 나라간 무역장벽을 낮추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대평화시대를 맞게 되었다.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터프한 지도자가 등장하고, 유럽 각국에서 극우 강경파가 집권하거나 세를 불리는 현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세계를 리드해온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집권과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이제 세계는 본격적인 자국우선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종언을 고하고, 만국의 만국에 대한 투쟁과 경쟁이 일상화되는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한 형국이다.
② 수출과 수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국제질서 변화가 기회보다는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부진, 수출둔화의 이중고 속에 막대한 재정적자와 세수 감소로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 여력도 없어서 내우외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해 448억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 반대 급부로 무엇을 요구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미·중간에 관세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이 중국과 미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현상을 막기 위한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③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을 비롯해 온 나라가 힘을 합쳐야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미국내 정치불안과 신고립주의 노선을 감안할 때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주정부 등 지방 정부, 주요 기업, 각계 각층의 정치·경제·사회단체들과 다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국의 입장을 제대로 알리고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럽과 일본 등 위기감을 공유하는 선진국들과 전략적 협력체제를 갖추고, 동남아 및 글로벌 사우스 등 제3세력과의 연대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맞게 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 나갈지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본격 접어든 만큼 변화를 감지하는 ‘촉’과,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생존 무기가 되었다.
글로벌 CEO들과 각국의 리더들의 대응 메시지를 살펴보며 우리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점검해보고, 이해관계자와의 효과적인 소통 방식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자사가 촉구하는 기술 혁신과 규제 변화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각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트럼프 정책과 연계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정세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변화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임직원, 고객, 파트너들에게 예민하고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특히, CEO와 리더들이 소셜미디어에 가볍게 올린 코멘트조차도 예상치 못한 미디어의 관심과 질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기업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외부 이해관계자와 내부 임직원의 관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포용적인 환경 조성
- 직장 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괴롭힘, 논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직원들이 서로간, 고객, 협력사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②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과 이해관계자 매핑(Stakeholder mapping)
-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임직원들의 상황과 감정을 주의 깊게 살핀다.
- 고객, 투자자, 협력사, 임직원, 정부, 의회, 노조, 협회, 학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면서, 그들의 입장과 현황을 이해하고 관계 다이내믹스를 분석하여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응력을 강화한다.
③ 일관된 메시지 관리
-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소셜미디어, 언론, 여론의 정서 등을 철저히 검토해 준비하며, 과거 및 현재의 입장이 충돌하지 않도록 팩트 체크를 강화한다.
④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대응 체계 구축
- PA(Public Affairs), GR, IR, Internal Communication, Corporate Communication 팀이 협력하여 잠재적 이슈에 대한 통합 대응 전략을 사전에 수립한다.
-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예: 미디어의 갑작스러운 관심, 정치적 담론에 휘말리는 상황 등)에 대비해 기업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미리 준비한다.
- 세부 공약과 주요 추진 정책과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주기적으로 비교 점검하며 정책 및 규제 기관 등과의 관계를 검토하고, 변화에 대비한 계획을 세운다.
① 브랜드 및 메시지 관리
- 광고, 마케팅 자료와 프로모션 활동에 활용되는 모든 메시지를 점검하고, 대외 행사 시 회사 대표자의 의상 색상까지 세심히 검토해 이슈를 방지한다.
- 브랜드 앰배서더 및 협력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② 핵심 가치 반영
-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며, 기업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 변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이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③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역량 강화 및 IR 방향성
-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게 최신 여론 상황을 반영한 트레이닝을 제공하여 기자, 전문가, 정책관계자, 정부,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민감한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 IR 은 규제 변화로 인한 잠재적 재정적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며, 회사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하여 안심시키는 활동이 중요하다.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며 투명성, 안정성, 신뢰성을 기반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변화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소통하고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